마음가짐

1 on 1의 목적

행운개발자 2024. 1. 20.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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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에 대한 욕망이 있다. 1 on 1의 목적은 이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를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보상을 받거나 엄청 큰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점점 더 큰 보상을 받는 것은 점점 익숙해져서 당연해지고, 큰 프로젝트를 생각해보면 고통은 길고 후련함은 한순간이다. 출근길에 파란 하늘을 보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듯, 일을 할 때에도 매일 매일 느끼는 보람이 꼭 필요하다.  

 

매일 매일 느끼는 보람은 어제와 다르게 일이 진전이 있을 때 느껴진다. 요구사항이 들어오고, 기존의 방식을 이해하고, 요구사항을 어떻게 적용할지 설계하고, 동료와 시니어에게 검증받고, 실행하고, 완성하고. 중요한 일이 진행되고 있고 그 중심에 내가 서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우리는 이러한 느낌을 성장이라고 부른다.

 

이 과정에서 주니어는 시니어의 도움이 필요하다. 주니어일 때에는 위와 같은 경험이 없거나 적기 때문에, 어떻게 일을 해야하는지 알지 못한다. 중(中)니어일 때에는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이렇게 단계적으로 접근하면 되겠다' 스스로 설계 할 수 있으나 더 좋은 방법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시니어에게 검증받고 실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시니어는 몇 번 도와주면 주니어가 점점 더 나은 방법으로 고민해올 수 있게 되고 '여기를 이렇게 하면 어때요?' 한 마디만 해주면 적당히 작은 문제는 주니어가 주도적으로 처리해준다. 쉽게 말하면 대역폭이 늘어난다. (물론 시니어의 일정이 널널해진다는 뜻은 아니다.)

 

이러한 일상의 과정이 1 on 1 을 진행하는 궁극적인 목적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목적이 불분명한 상태로 진행되는 '1~2주마다 1회의 1 on 1' 은 '요즘 어때요? 요즘 힘든거 있어요?' 와 같은 시니어의 애정어린 질문과 '(딱히 힘든건 없는데 왜 힘든지 모르겠으니) 별일 없습니다' 와 같은 주니어의 겉으로만 다행스러운 대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여기서 시니어는 더 큰 책임감으로 정신없는 와중에 주니어에게 일부러 관심을 표현해주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은하님 감사합니다..) 

 

만약 1 on 1 을 진행하는 목적이 '정신적이고(이럴 땐 이렇게 생각하면 좋다) 기술적인(이럴 땐 이렇게 해야한다) 지지' 라는 것이 시니어와 주니어에게 모두 공유된다면 어떤 부분에서 관심을 가져야하고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 구체적으로 질문하고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해결책이나 적어도 공감이 공유되기 때문에 주니어는 더 동기부여를 하고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정말로 "별일 없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당연하게도 주니어 스스로 어떤 부분이 답답하고 힘든지 생각하고 단어로써 표현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1 on 1,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하면 '일이 어떻게 진전되고 있는지 수시로 물어봐주는 과정'에서 빠지면 대단히 아쉬운 것이 '정신적 그리고 기술적인 맥락'이다. 먼저 정신적인 맥락은 서로가 서로의 성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 어떤 부분에서 특히 더 남들보다 예민하거나 강인한지 알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기술적인 맥락은 힘들어하는 동료의 일하는 상황 또는 모니터만 보고도 '아; 이거 힘들겠네' 라고 느끼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감동하듯, 내 모니터 속에 있는 Class의 이름만 보고도 함께 '아...음...'를 함께 해주시는 시니어와 동료가 있으면 고통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라고 느껴진다. 

 

정신적, 기술적 맥락을 이해한 상태로 정신적, 기술적인 지지를 해주는 동료가 있다면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재밌게 일하지'의 '저 사람'이 될 수 있다. 이제서야 이렇게 풀어서 글로 적을 수 있게 되었지만, 와탭에 입사했을 때의 내가 그랬다. 하지만 21년의 나에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 성장을 느끼면서 할 수 있는 재미있을 일, 마음이 맞는 동료와 매니저와 함께 일하는 경험이 '하늘에서 뚝.' 하고 주어진 것은 아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환경을 만들어나갔다.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 달라지는 마음을 달래가며 경험을 넓혀가는 과정은 힘들고 터프하다. 좁고 깊은 커리어를 가지고 있으면 넓고 범용적인 경험을 가진 사람이 부러운 것처럼, 하나를 잘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놓치는 것들에 대해 미련이 많이 남는다. 잘 알지 못하는 도메인과 조직 속에서 부딪히며 점차 책임감을 키워나가는 과정은 어쩔 수 없이 힘들다. 이럴 때에는 정신적인 지지를 해주는 시니어가 필요할 때도 있고, 기술적인 조언을 해주는 시니어가 필요할 때도 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케어해줄 수 있는 시니어가 있다면 더할나위 없는 귀한 환경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시니어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도움을 받아도 더이상 행복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스스로와의 1 on 1 이 필요하다. 나의 정신적 맥락을 가장 잘 이해한 상태로 가장 강력한 정신적 지지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다. 나는 주로 이럴 때 '극한의 긍정적 마인드'를 발동한다. 한참 일하고 있을 때 일이 하나 더 얹어지는 상황에서는 유투브 쇼츠에서 본 이런 말을 떠올린다. "주말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쿠팡에서 먹을거 주문하는 것도 귀찮지만, 바쁠 때는 만원 지하철에서도 전화하고 처리하게 되더라 (나에게 일을 하나 더 줄만했다)" 기업, 직무, 사람 중에서 기업에 대해서 아쉬움이 피어날 때에는 "기업보다 직무를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할 때 안정감에 대한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일은 재밌고 사람이 좋다)"라는 말을 떠올린다. 이렇게 힘이 될 수 있는 말이 머릿속에 없을 때에는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책에 적는다. 가만히 있으면 식어버리는 열정에 끊임 없이 불을 지필 수 있도록 땔감을 구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나 그리고 내가 아닌 사람들과 1 on 1를 하다보면 점점 단단해지고 어느새 성장해있는 나를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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